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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한국당 누른 예비후보 등록 1위… '허경영당'에 무슨 일이
관리자 113.131.242.12
2020-02-08 11:19:45

 

국가혁명배당금당 신드롬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가혁명배당금당 당사 모습. 허경영 총재 사진 밑에 방명록이 놓여 있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가혁명배당금당 당사 모습. 허경영 총재 사진 밑에 방명록이 놓여 있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가혁명배당금당 당사 모습. 허경영 총재 사진 밑에 방명록이 놓여 있다. / 곽창렬 기자

"여보세요. 제가 빚이 많아 힘든데요, 빚 갚아 줍니까?"

주요 정당 당사가 입주해 있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지난 3일, A빌딩 6층에 들어서자 붉은색으로 된 '국가혁명배당금당'이라는 글자가 먼저 보였다. 빨간색 카펫을 밟고 한쪽 구석으로 들어가니 가로세로 1m 남짓한 남성 정치인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천장의 황금빛 조명이 그 초상화를 밝게 비췄다. 사무실 바닥은 강화 마루, 책상이나 의자 역시 고급 무늬로 장식돼 있었다. 오명진 대표실 실장은 "모든 국민이 잘살자는 취지로 화려하게 꾸몄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자유한국당 당원이었다.

1시간 동안 "빚 갚아주는 게 맞느냐"는 전화가 꾸준히 걸려왔다. 학생이라고 밝힌 20대 남성, 부산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60대 여성… 일부는 자신을 신용 불량자라고 했다. 1시간 동안 걸려온 전화가 20통이 넘었다. 전화 안내원인 여성 자원봉사자 김모(55)씨가 답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이번 총선에서 151석을 차지하면, 빚을 한 차례 탕감해줍니다."

'국가혁명배당금당'은 제15·17대 대선에 출마했던 허경영(73)씨가 지난해 9월 만든 정당이다. 국가와 정치권을 혁명하고, 국민에게 배당금을 주겠다는 취지로 만든 이름이다. 허씨는 2008년 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2007년 대통령 선거 때 "과거 박근혜 후보와 결혼하기로 했다"는 '혼담설'을 퍼트려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였다. 그때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그 제한이 풀리자 다시 선거에 뛰어든 것이다. 그동안 각종 방송과 유튜브 등에 출연해 '축지법' '공중 부양'과 같은 얘기를 쏟아냈다. 대중의 관심을 끌기도 했지만, 때로는 조롱 대상이었다.

이례적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해 12월부터 21대 총선 예비 후보 등록이 시작되자, '배당금당'은 가장 많은 예비 후보를 배출한 당이 됐다. 선관위에 따르면 7일 기준으로 등록된 전체 국회의원 예비 후보자는 2056명. 이 가운데 883명이 국가혁명배당금당 소속이다. 원내 1·2당인 더불어민주당(438명)과 자유한국당(470명) 후보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

김동주 국가혁명배당금당 기획조정실장은 "우리 당 공약이 국민에게 먹혀들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허씨의 강연이나 공약을 유튜브에서 보고 들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당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모두 33가지 공약을 내걸었다. 핵심은 연간 국가 예산의 50%를 절약해 20세 이상 국민 모두에게 1인당 150만원씩 '국민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또 결혼할 경우 1억원을 주고, 주택 자금도 2억원을 무이자로 지원한다. 신용 불량자에게는 한 차례 20년간 무이자·무담보 대출을 해줘 빚을 갚아준다. 유엔 본부를 판문점으로 옮기겠다는 공약도 했다. 당 관계자는 "우리가 국회에서 과반인 151석을 확보하면 모두 실현할 수 있는 공약이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다. 물론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젓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올해 총선은 제도가 바뀌면서 과반을 이루는 당이 나오기가 어려운 구조일 뿐더러, 공약들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져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원자들은 공약이 실현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선거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원인 김모(58)씨는 신용 불량자지만 서울의 한 지역구에 예비 후보로 등록했다. 그는 "허 총재님 말씀을 들어보면 빚을 갚아준다는 공약 등은 실현 가능성이 있다. 신용 불량자가 여기저기 널려 있는데 정부는 딴짓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나 약사 등 비교적 상류층에 속하는 인사도 일부 있었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50여 년간 외과 의사를 했다는 박준영(83)씨는 "나라 예산을 제대로 아껴 쓰면 충분히 공약을 지킬 수 있다"며 "허경영 총재의 이념이 나의 철학과 들어맞기 때문에 입당해서 서울 종로구 선거에 나갈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강원도 속초에서 출마 예정인 약사 출신 조승리(59)씨는 "나야 죽을 때까지 먹고살 걱정은 하지않아도 되겠지만,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는 것을 보고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결혼설로 징역을 살았던 허씨의 과거 이력에 대해서도 "무전유죄 유전무죄에 따라 권력층이 형을 때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사회가 힘들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삶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영향을 끼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07/202002070275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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